사랑에 물드는 산
밤새 호된 가을비가 퍼붓더니
바람이 몹씨도 불어댑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내 가슴 구석에는
너와의 10월에의 해후를 위해
이른아침 보온병에 따끈한 물 채우고
치즈애그 샌드위치 달랑하나 챙긴다
그리고
배낭을 메고 휘파람불며
집을 나서니 발길은 어느새
하루재 고개를 넘어간다
.
길을 잊었는지
바람도 계절을 헤메이며
인수봉 가는 암벽길 안부에는
단풍숲이 온 세상 밝힌다
숲속은 노란치마 빨간 저고리로 갈아입고
10월에의 잔치판을 벌이는지
이 골짜기 저 언덕
가을이 마구 불타고있다
친구야
너의 고운 얼굴이
저 단풍 숲속에 숨어
모습이 보이질않으니
행여 불꽃보다 아름답고
가을의 그윽한 정경에
시샘이 나서
몰래 숨었느냐
마음을 앓고있는
너의 가슴에 사랑불이
타 오르는지 모르겠구나
언제나
날개짓을하며
늘 손짓하는 파랑새 바위
그리고 바람골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깊어만가는구나
숨은벽 릿지 바위능선에도
이다지도 고운 색감으로
그 누가 그림을 그려놓았길래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는지
너는 알고있겠지
암벽 크랙 사이로 오르는
바위꾼들의 호령소리는
메아리되어 단풍 숲으로
춤을 추며 날아가는데
나의 가을은
단풍나무에 걸려서
바르르 떨고만 있단다
정상에 오른 감격의 환희가
뜨겁게 달아오르면
친구야
우린 구름을 타고
가을을 맘껏 날아보자
정말 날아볼래 ~ ~ ~
매찬 바람이 가슴을 때리면
헝클어진 머리카락에도
금새 단풍물이 들어
검은머리가 빨갛게 물들어간다
그래도
너는 올 가을에도
온 산을 뜨겁게 달구고
내 가슴을 휘젓는다
여느 가을색보다
이렇게 화려한 오색 물감으로
10월의 캠퍼스를 색칠한
너의 재주가 과히 마법의 솜씨로다
가을은 지금 사랑으로 불타고있다
너는 단풍이 되고
나는 낙엽이 되어
뜨거운 사랑으로 불태우자꾸나
이 가을이 다 가도록 ...
山 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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