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는 쉽게 산을 열어 주질 않고...
석룡산(1,150m)과
화악산(1,450m)을 넘어가다
<석룡산계곡의 시원한 계류와 노루오줌꽃>
장마,태풍,호우와 물난리로 얼룩진 7월인가 봅니다.
몸과 마음에 베인 텁텁함을 털고 7월의 마지막 주말의 이른 아침에
청량리역에 도착하여 남춘천행 7시5분 열차에 올랐다.
창가에 비치는 하늘은 온통 흐리고 운무가 시야를 가린다.
맑고 푸른 하늘을 기대하며 출발했지만 아직 쉽게 하늘문를 열지 않으려는 지...
가평역에 도착(08:10)하여 버스터미널로 급히 발길 옮기니 화악리행 버스(08:30)
가 대기하고 있고 용수동행 버스출발 시간은 9시다.
2002년 8월 석룡산 등반시 이곳 가평터미널에서 받은 시간표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08시35분첫 출발이 9시 출발로 변경되어 있어 다소 시간 여유가 있다.
장마가 끝난 뒤의 주말이라 버스는 피서객으로 초만원이고
물놀이 온 젊은 피서객들의 이야기에 버스안은 온통 소음의 바다로 변한다.
도로길엔 사이클경기대회가 진행되어
화려하고 멋있는 사이클 선수들의 질주에 승객들의 마음도 즐겁기만 하다.
(08:58)용수동 종점에 도착하여 4년전 8월의 석룡산 산행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38교와 계곡의 계류>
석룡산의 등산 들머리가 되는 38교를 건너 우측길을 올라서 삼거리길의
조무락카페앞에 다달아 왼쪽 보람골을 오르고 능선으로 이어가는
코스로 방향을 잡는다.
<조무락골의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3거리>
심한 폭우영향으로 계곡길의 시원한 물줄기가 너무 시원하지만 습하고
찌는 더위에 아름다운 다래넝쿨 길도 평소 보다 더욱 힘이 지친다.
장마뒤의 내습한 습기와 바람 한점 없는 무더위 탓일 것이다.
<운무에 가린 능선사면의 노송>
아름답고 운무가 촉촉히 덮인 산능선 삼거리에 도착하여
찌는듯한 무더위와 운무속 퍼붓는 땀방울에 온몸이 홍건하다.
<능선에 오르면 이정표가 ...>
배낭을 내리고 땀을 씻어내며 10여분 휴식을 하며 취하는 사이에
부부산객과 산악회팀의 선두2명이 도착한다.
이어지는 능선길을 오르며 갖은 야생화와 숲길과 너덜길을 우회하다 보면
암벽바위에 양지꽃들이 무리지어 노란색을 연출하고 있으며
<암벽에 자생한 양지꽃 군락>
<깊은 능선 오름길 고사목의 조화>
오름길의 사면에 버티고 서 있는 고사목이 두동강으로 부러져서 갈길을 가로
막는다. 앞을 보고 뒤로 봐도 정말 멋 있는 자연의 조형물이다.
<고사목에 핀 버섯꽃>
그리고 능선우측으로 오랜 고사목에 자생하는 버섯이 운무와 습한 날씨로
이쁘게 꽃을 피우며 지나는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더 오른 후 정상에 오르니 원래의 정상석은 없어지고 빈자리만 남아있고
어디론가 옮겨 놓았는지...? 주변은 운무에 가려 있고 전망은 볼수가 없어 모처럼의 석룡산 산행의 경관을 놓쳐버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먼저 온 2명의 산악회 선두팀과 등산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점심을 위하여 자리를 잡는다.
<정상옆에서 산악회 선두팀과 점심을 함께 나누면서...>
생수로 목을 추기고 점심을 비우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다소 피로가 풀린다.
정상을 뒤로하고 방림고개 방향으로 출발을 한다.
내림길과 능선지역을 오르고 내리고 하며 능선길을 가다 봉우리를 넘어갈려니
여기에 원래의 정상석이 옮겨져 있고 새로운 검정 정상석도 새롭게 놓여있다.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약300m 떨어진 이곳으로 정상석을 옮겨 놓았을까? )
< 흰 정상석과 새로운 흑색의 정상석>
의심의 궁굼증을 안고 20 여분만에 방림고개에 도달하니 한적한 능선3거리에
이정표가 반긴다.(2시20분)
<방림고개 삼거리의 이정표>
이제 이곳에서 방향을 잡아야 할 중요한 시간이 흐른다.
우측은 38교로 내려가는 조무락골 계곡의 진경이 펼쳐지는 계곡길이고
등산로없음 방향은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일반 등산객들의 출입이 없는
군통제구간의 화악산 북능선이다.
<방림고개에서의 갈등은 결정되고...>
화악산 북능선길로 헤쳐 나가기를 작심하고 노루마냥 잡풀우거진 숲길을 건너
뛰어 숲속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화악산 중봉을 오르는 북쪽 지능선의 숲과 나무로 우거진
투쟁의 산행길을 가야만 한다.
<나무숲길을 헤치고...>
힘든 화악산 지능선의 오름길은 중간 중간에 큰 나무가지를 꺽어서 진행 방향길을 막아놓고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아 조심스럽게 길을 이어 나간다
<운무속의 수목길을 걸어가며...>
방화선을 구축해 놓은 곳은 많은 잡풀로 가리워져 있고 발을 헛 디디면
몸이 넘어질듯 발이 푹 패이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마침내 고난의 산길과 방화선길을 오른지 약2시간여 만에 중간의 산릉 봉우리에
올랐다. 갖은 야생화가 꽃을 피우며 땀에 젖은 고난의 산객을 맞이한다.
<큰산꼬리풀과 기린초꽃이 피어 있는 야생화 군락>
배낭을 내리고 주변의 지형을 살펴 보아도 운무에 덮인 산릉은 전혀 파악이 안되고
나침판을 꺼내고 화악산 개념도를 살피며 보행구간과 지나온 등로를 체크한다.
화악산 긴 북능선상의 중간지점 봉우리임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름다운 야생화 천국의 꽃밭에서 휴식을 취하며 야생화 사진 찍기에 잠시 정신을 판다.
<봉우리 능선위의 야생화 군락지에서...>
야생화를 뒤로하고 이제부터 또 다른 역경의 등로가 시작이다
숲속 나무가지위에 걸려있는 표시기 3개가 유일하게 화악산 개척산행길의 이정표를 대신 해주어 그곳으로 길을 빠져 나가니 사면길은 운무가 가득하여 앞길이 보이질 않고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아 중간에 개념도를 꺼내어 위치를 파악하며 진행해 나간다. 숲길에 화생방훈련용의 종이 걸려있어 우측으로 갈려니 군 벙커가 앞길을 막아버려 다시 뒤 돌아 좌측으로 건너뛰어 넘어가니 희미한 방화선길에 숲만 무성하니 덤불의 가시에 팔등이 찔리기도 하며 미로같은 길을 찾아 어렵게 진행해 나간다. 숲길을 빠져나오는 순간에 앞에 작은 표지판이 놓여 있어 확인해 보니
"석룡산 <----" 방향을 알리는 표시판이 숲 아래에 놓여져있다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화악산 중봉으로 가는 곳인지...? 화살표시 반대방향으로 가니 군시설물과 무슨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데 주변에 철조망이 깔려 있고 위험지역임이 틀림없어 보이고 혹시 지뢰 지역인지도..? 하며
형체를 분간할 수없는 너무나 짙은 운무가 몰아치니 능선이 어디인지 알수가 없다.
이곳 봉우리는 동쪽으로 응봉(매봉)~ 촛대봉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일 곳으로 생각되나 확실치 않아 (후기 : 후일 화악산 개념도를 살펴보니 이곳이 응봉으로 연결되는 삼각 지점이었으며 좌측의 능선을 붙으면 응봉~ 촛대봉 방향의 능선길임을 산행기의 등산로를 보고 확인함)
뒤로 백하여 윗 방향으로 올라가서 길을 살피니 나무가지에 리본이 하나 걸려 있어 안심을 하고 10여분 오름길을 올라가니 능선이 나오고 나무가지에 리본이 3개 걸려있다.(얼마전에 누군가 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멘트불록이 세워있는 곳 앞으로 화악산 정상부위와 공군부대 철망 팬스가 짙은 운무속에 드리워져 있다.
<화악산은 운무에 잠겨서...>
<화악산 정상밑 군 철조망 팬스>
잠시 바위에 몸을 기대고 깊은 숨을 몰아 쉬며 진퇴양단의 길에 처한 불안안 심정이다. 높은 철망팬스가 산둘레를 모두 이어져 있는데... 여기에서 중봉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길을 뚫어볼 수 밖에... GO다 !!
조심스래 아래의 풀숲으로 내려가니 길이 아니라 다시 백하여 원위치하고 좌측으로 철망팬스옆으로 바짝 다가 서니 경사도가 50~70도 각의 사면이다. 걸음마 하듯 조심스레 진행해 나갈려니 죽을 맛이 보통이 아니다.
팬스옆을 계속 이어가다 뒤돌아 보고 앞을 보아도 화악산정상 일대는 온통 짙은
운무가 뒤덮고 있어 실체 파악을 할수없어 답답한 마음으로 가슴만 타 들어간다.
(제발 운무야 걷혀다오...빌어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 진행을 해야하나..? 계속 철망팬스옆 급경사 사면에 잡풀만이 무성한 곳이다. 이렇게 원형으로둘러친 팬스옆을 바짝 붙어서 4~50분을 이어가니 팬스위 넘어 공군부대의 입구 초소가 있는듯 해 보이고 초병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큰목소리로 고함을 질러본다. 또 몇번이나 불러보니 초병이 얼굴을 내밀며 깜작놀란다. " 화악산 중봉으로 갈려면 어떻게 가야합니까? 길을 잘못 들어 계속 팬스옆을
1시간 가까이 돌아왔는데.. 내려가는 길이 없으니.." 하며 도움을 청하였더니
" 여기 위로 올라올 수 있어요? 경사가 심하니 조심해서 올라 오세요"
라고 대답을 한다. 아이구 ! 이제 살았구나. 조심스래 팬스옆으로 큰돌을 철망태에 넣어 쌓아올린 장벽 담옆을 기어 올라서 초병의 내미는 손을 잡고 올라서니 십년묵은 체증이 다 풀리는 듯 하다.
초병 2명이 나와 으아한 듯 도대체 여길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반문한다.
도대체 중봉이 어디쯤에 있냐고 물으니 여기가 화악산 정상 중봉이란다.
2001년 12월의 겨울에 왔던 화악산 중봉 눈산행 때의 기억을 생각하면 이곳은 올라갈 수 없는 금지구역이었는데... 길을 잘못잡아 이곳까지 올라온것이 혹시 검문을 받는건 아닐까? 근심 반 걱정이 반이다.
"여기서 가평 가는 버스길로 나갈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라고 물으니
여기 이길로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 좌우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가질말고 우측으로 죽 가세요. 아주 먼 길인데 괜찮으시겠어요.. ? 라고 가르쳐준다
초병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내려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희미하게 정상의 시설물
이 보인다
<뒤돌아 본 운무속의 둥근 돔이 보이는 공군 부대 정문앞길>
군도로를 따라 4분여 내려가니 앞에 육군부대가 나타나고 초병2명이 보초를 서고있는 정문앞을 지나서 뛰다 싶이 내려가니 콘크리트 군도로가 뱀의 꼬리를 물듯 한없이 이어져 있다.
좌측으로 돌아가는 길 우측 모퉁이에 나무판이 붙어 있어 쳐다보니 중봉 등산로
표시가 적혀 있고 좌측 전방 300m 라고 적혀있다.
<군부대 팬스옆 길 모퉁이에 세워진 중봉 안내판 중봉 300m>
시계를 보니 5시30분을 가리킨다. 여기가지 와서 중봉을 안 올라가면...
그러다가 여기서 건들내까지 내려 갈려면 2시간 반~3시간정도 ..? 머리속이
빙빙돈다.
밤을 새워 가더라도 중봉으로 가자 ! 결심을 하고 숲사이 등로로 오르고 좁고 가파른 너덜바위지대를 올라서니 돌탑 몇개가 눈에 들어온다.
<너덜사면길의 돌탑>
<너덜바위 사면길 지나 이정표>
마지막 힘을 다해 땀방울 마구 흘려가며 헉헉대고 오르니 이정표가 능선에 걸쳐있 다. 애기봉<-- 3.27km 건들내 5km 중봉 --> 0.05km
<중봉밑 능선의 마지막 이정표>
<화악산 정상의 중봉이다...1,450m>
운무로 사방이 어두워져 금방이라도 어둠이 닥아올 듯 화악산은 쉽게 얼굴을 열지않으려는지... 걸음을 내치고 나아가니 앞에 정상석이 우뚝 길을 가로 막는다.
드디어 중봉 정상이다. (5시50분)
고난과 역경의 화악산 북능선 개척산행을 밟으며 정상에 올라서니 너무 벅차서 가슴이 찡하다. 이 길을 내 어이 왔던가?
감격과 자조의 혼잣말을 하며 운무에 전방은 숨어 버리고 희미하게 대형 안테나가 잠시 얼굴 내밀고 운무속으로 사라진다.
성급히 하산길로 내려서고 갈림길이정표에서 애기봉방향으로 길을 잡고가다
관청리방향으로 꺽어 좌측 급사면으로 내려선다.
물기먹은 나무잎 풀잎에 바지도 흠뻑 젖어 있고 갈길은 멀고 발에 힘은 풀리고 입이 바짝 타들어간다.
관청리계곡 상류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몇먹음 들이킨다. 큰골에는 물소리가 칼칼대고 폭우로 일부 계곡을 건너가는 곳 몇군데는 급류에 무너져 내린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관청리 3km 그리고 관청리 2km 이정표를 지나치고 상수원계곡옆 지나 민박 동네집을 내려서니 이제 악몽같은 10시간50 여분의 화악산 북능선과 남능선 산행이 어둠속에 끝이 난다 (8시 55분)
후기 :
등산 개념도에서 화악산 북봉에서 중봉으로의 등산로 표기는 없었다. 여러 산행기에도 이곳을 통과 했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없는데 , 작전 하듯 군부대지역의 아찔한 철망팬스옆을 50여분간 무리하게 통과한 것은 좀 위험한 산행이었다.
(모험이 성공으로 이루어 졌지만...)
산행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山頂을 향하여... sanj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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