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음악에 있어서 장르간의 '크로스오버', 혹은 이를 넘어선
'장르의 해체'는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이제는 어떤 음악을 특정 장르라는 척도를 가지고 분석한다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붐을 이룬 하드코어란
'장르' 역시도 랩과 메탈 등의 장르들이 뒤범벅된 돌연변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12년 전인 1998년 봄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스위트박스의 경우는
비교적 순수한 의미의 크로스오버에 속했다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선율을
관현악단의 백연주로 깔고 그 위에 '거리의 음악'인 힙 합의 비트를
조화시켜 만든 스위트박스의 음악은, 파헬 벨의 '캐논'을 차용했던
쿨리오의 'C U When U Get There' 등이 수차 시도했듯이
힙합과 클래식의 조화라는 명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어도
그들이 가진 워낙 깔끔한 클래식 멜로디의 비중 때문에
메니아층에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힙 합에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소위 샘플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반화되어있기는 했지만 기존 힙 합 아티스트들의 샘플링에 비해
클래식 멜로디의 비중이 워낙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이
스위트박스 음악의 특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스위트박스가
클래식 멜로디를 사용한 것은 '샘플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들의 경우는 보컬과 랩을 맡았던 티나 해리스(Tina Harris)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