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고 있었네**
3월이 다 가도록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절망의 끝 벼랑에 서있었네
살아온 동안 恨(한)이었을
가슴 안 까맣게 타버린 심장을 꺼내 놓고
반추하는 짐승처럼 되씹으며
한발자국만 내딛으면
이승과는 하직하는 저승인데
뒤를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는 세상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망설이고만 있었네
마음 안
더는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빈자리엔
주인 없는 바람만
무성한 기억의 잡초밭만 헤매고 있는 것을
3월이 데리고 떠난 사람
어쩌다 남겨진 찢어진 추억만 붙들고
몸에서 빠질 거라곤 죄다 빠지도록
늙어서 죽은 枯死木(고사목) 가지처럼
앙상하게 뼈가 마르도록 울고만 있었네
생각하면은 꿈만 같은
처음부터 선택해서는 안 될 인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숨을 걸고
영혼의 기름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태워버린
마지막 사랑 떠났는데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죽음보다 못한 삶
더 살아서 무엇을 하겠다고
더 살아서 누굴 기다리겠다고
가는 세월 허리띠 붙잡고 매달려서
망설이기만 했었네
행여라도
혹시라도
희망이 없는 미련의 빛은
어둠보다 못한 그늘이 되어
슬픔으로 강으로 흘러서 가는 그리움일 뿐인데
**風子/尹俊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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