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새의 흐느낌 ♬
( 짧은 가을 연정 )
짧았던 무더위 찾아 해메이다
밝은 햇살에 내 몸둥아리 벌거벗겨지고
비바람도 나를 얼마나 매정히 때렸던가
저 푸른 초원 벌판에 누워
찬 바람에 누더지옷 걸치고 비비다가
이제 은빛 금빛 색깔로 곱게 치장하고
사랑의 보금자리를 틀었네
옆동네 노란 산국도
가을의 열정을 뽐내며
옹골맞게 나를 반기며 손짓한다
억새숲에 가려서 아무도 보는 이 없어
온밤 내내 설케 울었다고
우린 온 힘 다해 산고를 치루며 이겨냈지 그리고 태어난 우리의 피몽어린 이 붉은 자식들
이제 난 붉은 피몽을 벗고
그대를 위해 빈몸으로 환히 벗어버렸나이다
피몽든 내 몸의 상흔을 당신은 아는가 ?
우리 누나,어머니
이 가을 미처 다 가기전에
벌써 한얀 머리 뒤집어쓰고
어느새 세월의 뒤안길을 헤메이나
그리고
찬 서리 바람에 몸을 바짝 움추리더이다.
계절도 서럽게 비껴가는 이 시기에
붉게타는 노을빛이 넘어가며
그나마 내 마음 알아주어 반기며
저 곱고 낮은 떨림의 소리가
억새의 귓전에 남기고 속삭인다
가을을 맘껏 불태우라고
그리고
그이를 사랑하라고~
山 竹
서울 억새축제(하늘공원)장
억새 벌판을 스케치를 하면서
짧은 억새의 흐느낌을 담아보았어요
억새가 넌지시 말하더군요
맘껏 사랑하세요
이 가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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