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밤은 참 곱구나.
언제 이렇게 찬바람에도
하늘거리며 춤을 추느나
밤 불빛에 물든 색깔이
누구의 마음같아서 더욱 좋단다
오늘밤따라 찬 바람이 시큰한데
아름답게 밤을 수놓은 너의 모습은
사랑으로 채워주고 추억의 밤은 깊어만간다
잔잔한 시간에 들려오는 음악이
마음속 바람을 살갑게 다득거린다
옛 이야기 나누며 걷는 강변의 밤
참 고맙구나

길게 늘어진 나무잎 가지에는
붉은 잎새들이 추의를 견디고 팔랑이고
수북히 떨어진 낙엽에 스미는
가을날의 끈끈함이 참 좋다
찬 바람에 아직도 억새는
가슴을 쥐어잡고 슬피 울오댄다
따사로운 여름날의 정취가 그리워서인지
가로등 불빛이 그림자처럼 억새를 비추고
억새는 오늘밤도 강바람에 살을 에이며
작은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눈빛처럼 고운 강변의 금빛같은 밤
그대는 이 밤의 등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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