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즈음 산릉길 눈을 밟으며
간절히 다가오는
그리움의 산릉길이 왠지 외로웁다
언제부터인가
눈이 내리면 절로 가고픈 곳
행여 눈이 깊이 패이면
그 산릉길의 바위틈에서
호대게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을 후벼파고든다
새벽녘에 뿌린 눈발이
바위벽에 쌓이고
눈은 또 다시 차디찬 빙판을 이루어
가슴을 저리도록 미끄러워
잔등과 손바닥에 땀이 모락한다
뽀얗게 시려오는 설벽의
하아얀 눈꽃은
그리움이 되어
바람을 불러온다
인수릿지 암벽의
푸르디 하얀 눈 설경에
한참이나 바라보며
눈바람을 피해
솔가지위에 눈 쌓인
바위모퉁이에 배낭을 내리고
적설의 풍광에 마음의 문을 연다
저 렇게 멋진 설경 눈바닥에
써내려가는 글자에 사랑을 실어놓는다
설 즈음의 그 산에는
귀를 에리는 바람이
소리없이 나를 휘몰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