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죽 산바람
2009. 11. 2. 22:21
바람의 흔적 (향로봉)
바람의 흔적(향로봉)
친구야
간밤에 비바람 매차게 치더니
10월이 흘쩍 넘어갔다네
그리고
11월의 첫 아침에
새벽녘 뿌리고 간 빗 자욱
그리고
찬 바람이 콧잔등을 때린다
산길 오르는 산마루 구비마다
청자빛 하늘에 떠 가는
저 하얀 새털 구름도
무언의 눈빛으로
붉은 가을 단풍은
묵언의 미소로
무엇을 말 하는지
그래서
11월은 아름답다
향수같은 기다림이
또 있을테니말이야
이 바보는 오늘
향로봉길 남벽 산행길로 향해
족두라봉 동벽길 사면으로 오른다
두터운 윈드쟈켓에
길게 깔린 자일에
열정이 모락모락 넘치고
힘찬 소리에 나무도 떨림하며
산울림으로 내려온디
달라붙은 바위님들
많은 바위꾼들의 아지트
족두리봉 동벽베이스엔
찬바람 아랑않고
11월의 초하루가 메아리친다
암벽 벼랑에 뿌리내린
나무의 갈잎이 노랗게
얼굴을 떨고있다
바위꾼들 거친 숨결과
갑짜기 다가온 찬바람에
바위가 위잉 소리를 낸다
빨간 열매 맺힌 가지마다
사랑이 댕글 영글어
오색 단풍 출러이는 둘레길에
지나며 오르는 산객에게
붉은 연정 품어내느나
산 이슬에 젖은 향기 은은히 흘리며
알갱이 열매마다 숨바꼭질하는
흙빛 미소가 손길을 잡는구나
지난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
땀방울이 참하게 베어
늦가을의 너의 가슴은
빨갛게 온통 물들었구나
족두리를 넘어 한참을 올라서
향로봉 남쪽 사면으로 들어서니
차츰 바람이 더 차지고
몸의 체온이 떨어진다
윈드자켓을 꺼내 걸쳐 입고
공룡능선같은 억센 바윗길에
배낭을 내리고 보온병을 꺼내
따끈한 물 한모금에 가슴을 데운다
그리고
바위벽에 바람을 피하며
나만의 밥상터에서
따끈한 점심을 챙긴다
우람키도하고
장중한 암릉에서의 조망은
아주 멋있다
저기에 비봉 능선이
그뒤로 멀리 양쪽에
문수봉~ 보현봉 사자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바윗길 능선
너의 모든게 참 좋다
10월이 남겨준 선물
한쪽 가슴에 남겨두고
11월의 첫 날 가을 산길에
차거운 연정이 너를 부른다
가을아
모닥불이라도 피우며
옛 이야기하며 함께 나누자꾸나 . .
짧은 햇살은
어느새 서녘으로 넘어갈려하고
긴 노을의 붉은 빛이
내 가슴으로 쏘아된다
어둠속 낙엽쌓인
돌길을 내려서며
환하게 비친 달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11월 초하루의 산길 밤이다
山 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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